Institute for

Gender and Affect Studies

활동

[후기] 2020년 10월 20일 젠더·어펙트스쿨 세미나 (김연우)

젠더어펙트연구소
2020-10-26
조회수 408


지난 10월 20일 젠더·어펙트 스쿨 정례 세미나는

로지 브라이도티의 『포스트휴먼』의 4장 「포스트휴먼 인문학: 이론 너머 생명」과 「결론」 부분을 살펴보고,

이와 관련하여 ‘지역-대학-인문학’의 전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이번 세미나는 브라이도티가 설명하는 ‘포스트휴먼’이 새로운 이론으로서만이 아니라,

당면한 현실 문제에 대한 실천을 촉구하는 촉매로서 유효함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1. 로지 브라이도티, 『포스트휴먼』 4장 및 결론 (발제 : 권영빈) 


4장 「포스트휴먼 인문학: 이론 너머 생명」에서는 오늘날 그저 취미에 가깝게 전락해버린 인문학적 지식 생산의 장,

특히 대학의 문제를 주로 다루면서 브라이도티 철학의 특징인 유목적인 측면과 위치의 정치학을 함께 보여준다.

규범적인 휴머니즘적 모델로서 종종 회자되는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을 중심에 둔 인문학에서 기술의 발전은

인문학적 이론과 실천에 위협을 준다고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매개된 탈-인간중심주의는 인문학이 정보기술뿐만 아니라, 유전공학 코드들의 자원까지 불러낼 수 있으며,

다른 학문과의 다면적 관계성을 강화하면서 휴머니즘적 실천의 정체성을 재형성하는 가운데,

‘포스트휴먼’ 주체성에 대한 탐색으로까지 나아간다.


이때, ‘반휴머니즘’과 ‘페미니즘’, ‘장애 연구’와 같은 비판 인식론적 학문들은 취미로 전락할 수 있는 인문학에 활력을 주는 동시에,

규범적인 신체 모델에 대한 비판적 관계를 생성한다.

이러한 비판 인식론들은 인문학에 활력을 준다는 점, 실제적인 학제적 연구라는 점,

인식론적 토대로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인문학의 종적 정체성과 관련된 오랜 문제를 불러오기도 한다.

따라서 대안 전략이 필요한데, 인식론적이면서 윤리적인 이점을 제공하고, 즉시 사용 가능한 특정 이론이 바로 그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론이자 전략의 열쇠가 브라이도티가 말하는 포스트휴먼이라 할 수 있다.

 


2. 한국형 뉴딜 정책의 맥락과 ‘지역-대학-인문학’ (발제 : 박준훈)


비판 인식론적 학문과 결합된 새로운 인문학은 기존의 학과 구조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대학 조직을 위협하는 동시에 방법론적인 혁신을 요청하고 있다.

새로운 담론의 형성으로 인문학은 변모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대학은 이미 자본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시장경제 내부에 존재해 학적 토대로서의 인문학을 연구할 독점권자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채다.

그렇기에 변화하는 인문학이 연구될 수 있는 학문의 장이 과연 어디에 있을지, 어떻게 재발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포스트휴먼 인문학’에 대한 논의는 자연스럽게 지역과 대학, 인문학에 관련된 이야기들로 번졌다.

『포스트휴먼』의 4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듯이, 대학은 학문을 익히던 본질에서 벗어나 점차 자본 시장에 귀속됨과 동시에 취업을 위한 관문으로 전락해버렸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학이라는 장에서 인문학의 위치는 더욱 위험해져갔다.

전통적인 인문학의 위치는 이 사태에 개입할 수 있는 지점들과 동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바이러스는 물론,

테크놀로지를 비롯해 각종 물질과 비물질들이 어지럽게 뒤얽히는 중층의 연결망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는 일은 전통적으로 혹은 제도적으로 할당된 학문들의 단순한 결합으로서 완수되기 어렵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한국형 뉴딜’은 바로 이러한 연결의 가속화를 염두에 두고 ‘신산업’을 연호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여전히 산업주의적 모델과 함께 인식론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인문학과 대학은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3. 학문과 시민, 기술과 형이상학이 만나는 대학 모델을 상상하며

 

인문학과 대학의 문제는 특히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포착된다.

몇 년 전부터 지역 대학의 인문학 분야 학과들이 통·폐합되었고, 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하여 지역의 여건에 맞는 핵심산업 분야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지역혁신사업들에서도 인문학에 대한 고려는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형 뉴딜’, ‘지역 균형 뉴딜’이라는 이름을 통해 혁신의 명제가 당위적으로 강조되고 있지만,

여기서도 인문학은, 더 나아가 대학이라는 주체는 혁신의 주체로서 그 지위를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혁신되어야 할 대상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대학이 혁신의 주체냐, 대상이냐의 문제는 대학이라는 공간과 외부 공간의 분리와 단절을 전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구화되고 기술적으로 매개된 세계 안에서 학문 공간과 시민 공간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대학은 새로운 형식의 맥락화에 놓여있으며 새로운 맥락에 대한 책임감, 다시 말해 응답 능력을 가져야 하는 셈이다.

우리 시대 대학이 자신의 임무를 재정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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