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8일 화요일에 있었던 젠더·어펙트스쿨 정례 세미나에서는
Magdalend Górska의 『Breathing Matters(호흡하는 물질)』을 번역하여 함께 읽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토론은 지난주부터 새롭게 도입된 지정토론 방식을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지정 토론자 분께서 책과 발제문을 미리 읽고 적절한 논점을 제시해주신 덕분에, 한층 더 깊고 풍부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Breathing Matters(호흡하는 물질)』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일종의 생명현상인‘호흡’이라는 행위에 관해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호흡 행위의 주체 즉, 인간의 몸을 ‘Corpomateriality(물질몸)’라는 용어를 사용해 정의하며
사회주의 석탄 광부인 ‘Marek(마렉)’과 폰섹스 노동자 ‘Anna(안나)’의 사례를 통해
신체와 그 활동이 우리를 둘러싼 환경·사회적 조건들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있으며 어떻게 제한하고 있는지를 살핍니다.
두 사람의 사례는 호흡이 생명 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이 같은 생명 공통의 행위조차 모두가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줍니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일수록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확률적으로 양질의 공기/호흡에서 배제당하고 오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로써 호흡하는 신체는, 일원적 것이 아니라, ‘물질몸’의 물질‘들’로서 사회적 불평등, 혹은 권력 관계가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작동하는 공간으로 고안되며, 교차성이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드러내 보여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세미나를 통해 이어진 토론에서는
① 책에서 물질로 규정하는 ‘오염된 폐(Dust Lungs)’와 관련하여 코로나 19 이후 팬데믹 상황에서 오염된 폐가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② 책에서 안나의 폰섹스 호흡이 ‘독성 차원에서 증감하는 물질’로 제시되는데, 이때 ‘어떠한’ 독성의 차원에서 증감하는 것인지, 라는
두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다양한 논의들이 오갔습니다.
특히 ①의 경우, 공기 중 비말로 빠르게 확산, 전파되는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신체적 제약 없이 호흡하는 행위의 중요성을 시시각각으로 체감하고 있는 현재 필연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는 질문인 것 같았습니다.
코로나 19 이후, 뉴스에 보도되었던 일련의 집단감염 사례들 역시 종교시설을 제외하고는
택배 물류창고, 콜센터 등 우리 사회에서 통념적으로‘3D직종(기피직종)’이라 여겨지는 직종이었다는 사실 역시 눈여겨볼 만한 지점인 것 같았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책에서 제시되는 마렉과 안나의 사례, 그리고 코로나 19로 말미암은 집단감염의 사례들 모두
어떤 노동하는 상태에서의 호흡이라는 공통의 상황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논의는 자연스럽게 노동하는 몸(노동자)과 호흡의 관계로 흘러갔습니다.
특히 통념적으로 기피직종이라 인식되는 직업군의 ‘취약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볼 것인가가 주요한 관건인 듯싶습니다.
지난 세미나의 논의 대상이었던 주디스 버틀러의『연대하는 신체들과 거리의 정치』(창비, 2020)를 통해 접했던 ‘취약성’의 개념 역시
단순히 약하다는 정체성이 아닌,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의존함으로써 생겨나는 변화의 가능성이기도 했는데요,
그런 점에서 취약한 노동 조건, 환경으로 인한‘오염된 폐’를 단순한 기능의 저하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역능’의 변화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많은 분들께서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단편적인 예로, 영화 <빌리 엘리어트>(2001) 속에도 역시 광부들이 등장하는데,
이때 광부들은 몸과 폐를 오염시키는 탄광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으로 돌아가게 해달라 요구하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먼지와 각종 오염 물질로 가득한, 그리하여 ‘생명’에 위협적일 수도 있는 공간이 그들에게는 역설적으로 ‘생존’의 조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역능과 관련해서 지난 『생동하는 물질』(현실문화, 2020) 발제에서 잠시 언급되었던 ‘물질’이라는 해녀의 노동이 떠오르기도 하였습니다.
바닷속 깊이 잠수하는 행위 역시 호흡이라는 생명 활동에 일시적인 제약을 가하는 형태입니다.
그러나 이때 호흡의 정지는 수중이라는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것이기도 하지만,
잠수하는 주체에 의해 의지적/의도적 행위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교차적으로 구성되거나 제한되는 환경을 이용 또는 협상함으로써 정동적 혹은 정치적으로 신체를 기능하도록 하는,
역능으로서 호흡에 다른 사례는 없는지 계속해서 탐구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생명 활동인 ‘호흡’을 통해
우리 앞에 놓인 다양한 상황들을 교차적으로 해석하고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인간이 아닌(비-인간) 존재의 호흡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해석이 적용될 수는 없을까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등장하는 ‘물질몸’이라는 개념이 지난 두 차례의 세미나에 걸쳐 다루었던
제인 베넷의 『생동하는 물질』(현실문화, 2020)에서 제시하는 ‘비물질 행위자’, ‘행위소’라는 개념과도 맞닿아 있어
보다 주의 깊게 읽어볼 만한 지점이 많은 텍스트라고 여겨졌습니다.
이번 주 세미나는 2020년 9월 18일(금), 부산 중앙동 ‘회복하는 생활’에서 진행되는
<조해진 × 젠더·어펙트연구소 OPEN TALK : ‘연결’의 행복> 행사로 대체됩니다.
현장에서의 대담은 줌(ZOOM)과 페이스북(젠더·어펙트연구소, 회복하는 글쓰기) 스트리밍으로도 실시간으로 중계되오니
다음 주에도 역시 많은 분들과 연결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지난 9월 8일 화요일에 있었던 젠더·어펙트스쿨 정례 세미나에서는
Magdalend Górska의 『Breathing Matters(호흡하는 물질)』을 번역하여 함께 읽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토론은 지난주부터 새롭게 도입된 지정토론 방식을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지정 토론자 분께서 책과 발제문을 미리 읽고 적절한 논점을 제시해주신 덕분에, 한층 더 깊고 풍부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Breathing Matters(호흡하는 물질)』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일종의 생명현상인‘호흡’이라는 행위에 관해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호흡 행위의 주체 즉, 인간의 몸을 ‘Corpomateriality(물질몸)’라는 용어를 사용해 정의하며
사회주의 석탄 광부인 ‘Marek(마렉)’과 폰섹스 노동자 ‘Anna(안나)’의 사례를 통해
신체와 그 활동이 우리를 둘러싼 환경·사회적 조건들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있으며 어떻게 제한하고 있는지를 살핍니다.
두 사람의 사례는 호흡이 생명 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이 같은 생명 공통의 행위조차 모두가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줍니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일수록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확률적으로 양질의 공기/호흡에서 배제당하고 오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로써 호흡하는 신체는, 일원적 것이 아니라, ‘물질몸’의 물질‘들’로서 사회적 불평등, 혹은 권력 관계가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작동하는 공간으로 고안되며, 교차성이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드러내 보여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세미나를 통해 이어진 토론에서는
① 책에서 물질로 규정하는 ‘오염된 폐(Dust Lungs)’와 관련하여 코로나 19 이후 팬데믹 상황에서 오염된 폐가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② 책에서 안나의 폰섹스 호흡이 ‘독성 차원에서 증감하는 물질’로 제시되는데, 이때 ‘어떠한’ 독성의 차원에서 증감하는 것인지, 라는
두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다양한 논의들이 오갔습니다.
특히 ①의 경우, 공기 중 비말로 빠르게 확산, 전파되는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신체적 제약 없이 호흡하는 행위의 중요성을 시시각각으로 체감하고 있는 현재 필연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는 질문인 것 같았습니다.
코로나 19 이후, 뉴스에 보도되었던 일련의 집단감염 사례들 역시 종교시설을 제외하고는
택배 물류창고, 콜센터 등 우리 사회에서 통념적으로‘3D직종(기피직종)’이라 여겨지는 직종이었다는 사실 역시 눈여겨볼 만한 지점인 것 같았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책에서 제시되는 마렉과 안나의 사례, 그리고 코로나 19로 말미암은 집단감염의 사례들 모두
어떤 노동하는 상태에서의 호흡이라는 공통의 상황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논의는 자연스럽게 노동하는 몸(노동자)과 호흡의 관계로 흘러갔습니다.
특히 통념적으로 기피직종이라 인식되는 직업군의 ‘취약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볼 것인가가 주요한 관건인 듯싶습니다.
지난 세미나의 논의 대상이었던 주디스 버틀러의『연대하는 신체들과 거리의 정치』(창비, 2020)를 통해 접했던 ‘취약성’의 개념 역시
단순히 약하다는 정체성이 아닌,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의존함으로써 생겨나는 변화의 가능성이기도 했는데요,
그런 점에서 취약한 노동 조건, 환경으로 인한‘오염된 폐’를 단순한 기능의 저하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역능’의 변화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많은 분들께서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단편적인 예로, 영화 <빌리 엘리어트>(2001) 속에도 역시 광부들이 등장하는데,
이때 광부들은 몸과 폐를 오염시키는 탄광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으로 돌아가게 해달라 요구하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먼지와 각종 오염 물질로 가득한, 그리하여 ‘생명’에 위협적일 수도 있는 공간이 그들에게는 역설적으로 ‘생존’의 조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역능과 관련해서 지난 『생동하는 물질』(현실문화, 2020) 발제에서 잠시 언급되었던 ‘물질’이라는 해녀의 노동이 떠오르기도 하였습니다.
바닷속 깊이 잠수하는 행위 역시 호흡이라는 생명 활동에 일시적인 제약을 가하는 형태입니다.
그러나 이때 호흡의 정지는 수중이라는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것이기도 하지만,
잠수하는 주체에 의해 의지적/의도적 행위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교차적으로 구성되거나 제한되는 환경을 이용 또는 협상함으로써 정동적 혹은 정치적으로 신체를 기능하도록 하는,
역능으로서 호흡에 다른 사례는 없는지 계속해서 탐구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생명 활동인 ‘호흡’을 통해
우리 앞에 놓인 다양한 상황들을 교차적으로 해석하고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인간이 아닌(비-인간) 존재의 호흡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해석이 적용될 수는 없을까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등장하는 ‘물질몸’이라는 개념이 지난 두 차례의 세미나에 걸쳐 다루었던
제인 베넷의 『생동하는 물질』(현실문화, 2020)에서 제시하는 ‘비물질 행위자’, ‘행위소’라는 개념과도 맞닿아 있어
보다 주의 깊게 읽어볼 만한 지점이 많은 텍스트라고 여겨졌습니다.
이번 주 세미나는 2020년 9월 18일(금), 부산 중앙동 ‘회복하는 생활’에서 진행되는
<조해진 × 젠더·어펙트연구소 OPEN TALK : ‘연결’의 행복> 행사로 대체됩니다.
현장에서의 대담은 줌(ZOOM)과 페이스북(젠더·어펙트연구소, 회복하는 글쓰기) 스트리밍으로도 실시간으로 중계되오니
다음 주에도 역시 많은 분들과 연결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