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itute for

Gender and Affect Studies

활동

[후기] 2020년 9월 18일 젠더·어펙트스쿨 오픈 토크 (고다정)

젠더어펙트연구소
2020-09-24
조회수 308



지난 금요일에 열린 오픈 토크는 부산 중앙동 ‘회복하는 생활’에서 진행된 행사로 조해진 작가님과 함께 했습니다.

‘타인의 소설’을 쓰는 작가로 알려진 조해진 작가는 입양아, 탈북민, 재일조선인 등 현실에 잘 비춰지지 않는 존재에 초점을 맞춥니다.

하지만 이들을 어느 한 부류로 나타내기보다는 문주, 로기완, 서군으로 호명하는 게 어쩌면 더 적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조해진 작가의 소설 속 인물들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들은 어떠한 집단을 나타내는 타자가 아닌, 각자의 목소리가 있는 주체로 그려집니다.



『단순한 진심』, 『빛의 호위』, 『로기완을 만났다』,

이 3권의 책을 중점으로 나눈 오픈 토크는 조해진 작가의 소설과 ‘연결’의 행복을 주제로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젠더·어펙트에서 준비한 발제문

1. 정동적 연결, 생성하는 지리학 : 조해진 소설집 『빛의 호위』 소고(小考)(권영빈),

2.연결의 행복을 전하는 진심(신민희),

3. 먼지와 녹, 빛과 공기의 존재지도학(권두현)을 통해 더 풍부한 장이 되었습니다.



1. 정동적 연결, 생성하는 지리학 : 조해진 소설집 『빛의 호위』 소고(小考) (권영빈)

소설집 『빛의 호위』는 여러 인물들의 연결된 관계를 보여줍니다.

이는 하나의 정동(情動, affect)으로 ‘나’와 ‘타자’와의 관계 맺음을 통해 포착할 수 있습니다.

수록된 작품들은 세계로부터 억압받는 개인과 그로 인해 희생된 주변인들이 있는가 하며(「동쪽 佰의 숲」)

현재를 상징하는 인물이 과거 인물의 역사를 대신 정리해주기도 합니다.

(「사물과의 작별」) 또한 예상치 못하게 누군가를 살리기도 하며(「빛의 호위」),

때로는 미완성된 다른 이의 생을 대신 이어가기도 합니다. (「잘 가, 언니」)


이런 듯 새로운 관계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냅니다.

서로의 삶이 맞부딪히면서 각자가 밟아온 역사가 연결되고, 

이는 때로 헤매기도 하고, 지체될지언정 사라지는 존재를 불러일으키는 작용을 합니다.

이들이 타인의 삶에 자신을 던지는 것은, 타인의 삶에 들어가야만 역사의 끝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소되지 못하고 남겨진 삶은 현재와의 맞물림을 통해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가게 됩니다.


2. 연결의 행복을 전하는 진심 (신민희)

‘이름은 집’이라고 확언하는 『단순한 진심』은 한국에서 태어나 다른 나라로 입양된 ‘나나’가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는 과정을 다룬 작품입니다.

한국으로 온 ‘나나’는 한때 불렸던 자신의 옛 이름, ‘문주’의 기원을 찾습니다.

누구나 그런 듯 처음으로 가지는 자신의 이름은 전적으로 타인에 의해서입니다.

‘문주’는 어쩌면 그 의미가 먼지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과 그것을 제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오로지 자신에게 달린 문제입니다.

‘나나’ 혹은 ‘문주’는 복희식당의 주인인 노파를 ‘복희’로 오인하다가 후에 아니란 걸 알게 되고 다시 노파로 남겨둡니다.

그것은 제가 알지 못하는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 없단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각자의 이름을 통해, 그리고 이름만으로는 알 수 없는 과거를 추적하면서 겹쳐지는 이들의 삶은 서로가 알지 못했던 순간을 포착하게 만듭니다.
이름의 기원을 찾기 위한 시도는 실로 집을 채워가는 여정으로 흘러갑니다.

자신이 한때 대신 돌봐주던 ‘복희’의 이름으로 가게를 차린 ‘추연희’와 ‘나나’에게 ‘문주’라는 이름을 붙여준 기관사의 딸 ‘문경’ 등,

서로의 세계가 겹쳐짐으로써 ‘문주’는 자신이 철로에서 버려진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되고 복희 이름은 복을 두 개 연달아 쓴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로써 이들의 연결은 각자가 미처 알지 못했던 진심에 닿게 합니다.


3. 먼지와 녹, 빛과 공기의 존재지도학 (권두현)

세 번째 독해는 조해진 작가의 작품을 문래(文來)동의 먼지와 녹을 따와 분석한 관점입니다.

서울특별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문래는 그 예전 철재 상가와 철공소가 즐비하는 공장지대로,

공기와의 접촉으로 녹(綠)이 슨 금속과 빛에 의해 드러나는 먼지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녹과 먼지, 이 둘은 빛과 공기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는 조해진 작가의 소설과도 맞닿아있습니다.

(우주의) 먼지와 (철로의) 녹 사이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애써 외면한 것들을 빛과 공기를 통해 노출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문주’의 이름에서 내포된 의미가 ‘문기둥’에서 ‘먼지’로 미끄러질 때, ‘나나’가 가지는 정체성은 한순간 추락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통해 비가시화된 타인의 실존을 알 수 있습니다.

먼지와 녹을 뒤덮지 않고 드러내는 조해진 작가의 시선은 그것의 역사를 쓴다는 점에서,

그리고 도외시 당한 실체들의 행위를 쓴다는 점에서 존재의 지리를 다시 그려냅니다.



마지막으로 조해진 작가의 소설에서 찾은 문장들을 전합니다.

어쩌면 철로는 생모를 미워하기 위해 내가 구축한 관념의 공간인지도 몰랐다. 그건, 단순한 미움이 아니라 이해와 용서를 봉쇄하는 근원적인 미움이었을 것이다. - 『단순한 진심』 

그런데, 이 꿈속은 어째서 이토록 추운 것인가. - 『빛의 호위』

다른 선택은 없었다. 존재 자체가 불법인 사람에게 미래는 선택할 수 있는 패가 아니다. 선택하지 않았는데도 선택되어버린 길을 가야 한다는 단순한 의무만이 있을 뿐이다. 로기완을 만났다. - 『로기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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