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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der and Affect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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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칼럼] 지역의 학력 차별과 젠더 차별적 층위 (강희정)

젠더어펙트연구소
2021-09-09
조회수 369


한반의반도_20


1980년부터 2020년까지 공대 여학생 수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4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이공대 진학 여학생의 수가 88.5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90배 가까운 수치가 증가했다 할지라도 전체 비중으로 환산했을 때 이공대 진학 여학생의 비율은 20%로, 

여전히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적은 수에 불과하다. 

그뿐만 아니라 세부 전공별로 여학생 비율을 조사한 결과, 여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과는 37.4%의 섬유공학이었고, 

자동차공학과 기계공학은 각각 5.2%와 8.3%로 여전히 그 비율이 낮았다.


설사 이공대에 진학하게 된다 하더라도 여성은 학과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남성 비율이 월등히 높은 남초과 특유의 위계적이고 성차별적 분위기에 적응하기도 힘들거니와, 

뛰어난 성취를 이룬다고 하더라도 남성에 비해 이를 인정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여러 통계에서 이공대 진학생 중 여학생의 자퇴 및 중도탈락 비율이 남학생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의 이공대 진학률이 높아졌다 할지라도 공대는 여전히 여성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야 한다거나, 

여성이 남성에 비해 힘든 일을 하기 어렵다는 인식, 그리고 연구실의 군대 문화 등이 학과 생활 전반에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통계상 부산을 포함하여 울산·경남 지역의 일자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집계되지만, 

여성의 취업률이 갈수록 낮아지는 이유가 이와 연관이 있다. 

해당 지역의 일자리 대부분이 중화학공업이나 자동차 산업 등, 

이공계 전공 남성 일자리에 치우쳐 있어 실제 여성의 비율이 높은 이공계열 학과와 큰 연결 지점이 없다. 

여성의 경우 대졸, 비대졸 상관없이 해당 산업 분야에 일자리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산 지역 대학에서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고 학생을 학교에 유치하기 위해, 

산학협력을 맺고 다양한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개설하며 방안을 모색하고 있음에도 

갈수록 부산 지역 대학의 자퇴생과 중도탈락생 비율이 늘어나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일환으로 

지역에 미래산업·신산업을 유치하고자 하는 정부 정책 역시 지역 여성의 일자리 문제와는 동떨어져 있다. 

정부가 주장하는 미래산업·신산업의 핵심 주력산업 분야가 인공지능(AI), 미래 차, 바이오 등 이공계열의 남성 일자리에 편향되어 있어, 

결국 기존 전문교육의 기회, 과정, 결과 전반에 걸친 젠더 차별을 반복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역의 중소기업에도 대졸 여성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는 아주 적다. 

그나마 지역에 남아 있는 출판사, 문단, 언론 등의 인문·사회 기반 일자리도 거의 남성 인력이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지역 대졸 여성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서울로 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별로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지역 내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의식이 낮은 상황이다. 

오히려 2030세대 전반에서 보이는 취업률 감소 그래프를 근거로 대졸 남성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고 호소하며, 

취업 준비생의 눈높이만 탓하고 있을 뿐이다.


부산에서도 지역 청년 실업 문제나 지역 재생산 문제는 ‘미래’, ‘혁신’과 같이 마치 젠더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는 담론으로 구축된다. 

서울과 수도권이 서울 주민을 남성 보편 주체로 인식하는 방식을 가까스로 벗어나고 있는 것과 달리, 

지방은 여전히 지역 주민을 남성 주체로 보편화하는 오랜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부울경 지역과 같이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가부장적 남성성을 대표하는 지역은 더욱 문제다. 

부산은 ‘싸나이’에서 ‘스트롱맨’에 이르기까지 지역을 남성 주체로 표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산업 개편을 논하는 미래나 혁신과 같은 담론은 마치 이런 오래된 성차별에 기반한 담론과 무관한,  

젠더 중립적인 것처럼 거론되기에 더 문제다. 

또한 ‘중공업 가족’으로 표상되는 부울경의 산업단지 시대는 저물고 있음에도 가부장 남성, 아내인 여성, 

그리고 그들의 자녀로 구성된 중공업 가족으로 부울경 주민을 표상하는 방식은 여전히 강고하다.


따라서 지방대 차별을 비롯한 학력 차별은 학력·지역·계급에 대한 논의뿐 아니라 

젠더 차별과 관련한 여러 층위가 다층적으로 얽힌 문제로 논의되지 않는 한, 지역에 대한 젠더 차별적 인식을 오히려 강화할 뿐이다. 

특히 교육의 기회에서부터 과정, 결과에 이르기까지 지역 여성의 생애사 전반에 걸쳐 작동하며 

이들에게 가해지는 복합차별, 특히 젠더 차별과 가부장적 문화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지역에 여성의 자리는 마련되기 힘들 것이다. 

그렇기에 기존의 학력 차별 논의를 젠더 차별적 이론을 통해 사유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1085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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